
오늘날 가와사키는 ‘강력한 성능’과 ‘스포티한 감성’을 대표하는 브랜드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모터사이클 전문 기업이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가와사키는 원래 항공기와 선박, 중장비를 생산하던 중공업 기업이었고, 모터사이클 시장은 말 그대로 새로운 도전의 영역이었습니다.
그런 가와사키가 본격적으로 모터사이클 산업에 첫 발을 내디딘 모델이 바로 ‘Kawasaki B8’입니다. 1962년에 등장한 이 모델은 가와사키가 항공기 기술 기반으로 쌓아 온 노하우를 처음으로 양산 모터사이클에 적용한 기념비적인 기종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가와사키 첫 양산 모터사이클 B8, 어떤 모델이었을까”?
라는 질문을 중심으로, B8의 배경과 구조, 시장 반응, 그리고 이후 계보까지 차근차근 살펴보겠습니다.

1960년대 일본은 모터사이클 시장이 급격하게 성장하던 시기였습니다. 전후 경제가 회복되면서 개인 이동수단에 대한 수요가 늘어났고, 경량 모터사이클은 합리적인 가격과 뛰어난 접근성 덕분에 빠르게 보급되었습니다. 혼다, 야마하, 스즈키 등 선발 업체들은 이미 다양한 모델을 출시하며 시장을 넓혀가고 있었고, 경쟁은 점점 치열해지고 있었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가와사키는 항공기 제작 기술에서 출발한 고강성 프레임 기술력과 엔진 노하우를 바탕으로 새로운 시장에 도전하기로 결정합니다. 특히 당시에는 ‘Kawasaki Aircraft(가와사키 항공기)’라는 이름을 사용하던 시기로, 항공 기술 기반의 정밀성과 내구성이 브랜드의 가장 큰 가치였습니다.
가와사키는 이 기술력을 모터사이클에 적용해 경쟁사와 차별화되는 성능을 만들고자 했고, 그 첫 결과물이 바로 가와사키 B8(1962)이었습니다.
후발주자였지만 고성능을 앞세워 시장에 존재감을 남기기 위한 전략적 출발점이었던 셈이죠.

가와사키 B8은 겉보기에는 단순한 경량 모터사이클이지만, 당시 기준으로는 상당히 기술적 완성도가 높은 모델이었습니다.
핵심은 바로 125cc 2행정 단기통 엔진입니다.
이 엔진은 구조가 간단하면서도 경쾌한 회전 질감을 제공해, 작은 배기량임에도 힘 있게 치고 나가는 특성을 갖고 있었습니다. 항공기 제작에서 다져온 가와사키의 금속 가공 기술이 더해져, 엔진의 내구성과 회전 안정성도 높은 편이었습니다.
프레임은 강성이 뛰어난 스틸 튜브 구조로 제작되었고, 서스펜션 역시 당시 기준으로는 준수한 성능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런 요소들이 결합되면서 B8은 경량급 모델임에도 “묵직하게 밀어붙이는 힘”이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또한 이후 레이스용으로 개발된 B8M(모토크로스 기반)의 기본 구조가 이 B8에서 시작되었다는 점도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즉, B8은 가와사키 고성능 엔진 철학의 초기 형태를 먼저 보여준 모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가와사키 B8은 출시 당시 경쟁사 대비 후발주자였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 예상보다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습니다. 가장 크게 주목받았던 부분은 출력 대비 경쾌한 가속감, 그리고 묵직한 안정성이었습니다. 경량 2행정 엔진 특유의 날카로운 응답성과 강성 높은 프레임 구조가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작은 배기량임에도 ‘힘이 좋다’는 인식이 빠르게 퍼졌습니다.
특히 라이더들 사이에서는 “달릴 때 자신 있게 밀어붙일 수 있다”는 평가가 많았습니다. 단순한 실사용 목적뿐 아니라, 레이스 기반 모델인 B8M이 등장하면서 가와사키는 자연스럽게 “성능 중심 브랜드”라는 이미지를 구축하기 시작합니다.
당시 바이크 잡지나 동호회에서도 B8에 대한 평가는 비교적 호의적이었고, “후발주자임에도 기술력만큼은 확실하다”는 평가가 이어졌습니다. 이러한 반응은 이후 가와사키가 스포츠 성향 모델에 집중하는 데 중요한 기반이 되었습니다.

가와사키 B8은 단순히 “첫 양산 모델”이라는 의미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이 모델을 통해 확보한 엔진 설계 기술과 프레임 구조 노하우는 이후 가와사키의 핵심 철학으로 자리 잡았고, 다음 세대 모델 개발의 기반이 되었습니다.
1960년대 중반, 가와사키는 B8의 기술적 자산을 바탕으로 A1(250cc 2행정 트윈)을 개발합니다. A1은 보다 높은 출력을 내기 위해 트윈 엔진을 채택했고, 당시 경쟁 모델 대비 뛰어난 가속 성능으로 많은 주목을 받았습니다. 작은 배기량에서도 ‘성능 우선’이라는 가와사키 특유의 방향성이 본격적으로 드러난 시기였습니다.
그리고 이 흐름은 1969년, 전설로 남은 H1(500cc 3 기통 2 행정)의 등장으로 정점을 찍습니다. H1은 폭발적인 출력과 공격적인 주행 성향으로 “매드 머신”이라는 별명을 얻으며 세계 시장에 강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이 H1 역시 B8에서 출발한 ‘가벼운 차체 + 고출력 2행정 엔진’이라는 개발 철학을 그대로 이어받은 모델입니다.
결국 B8은 작은 경량 모델이었지만, 이후 가와사키가 고성능 브랜드로 자리 잡는 데 결정적인 출발점이 된 셈입니다.

가와사키 B8은 단순히 “처음 만든 오토바이”라는 의미를 넘어, 이후 가와사키가 어떤 길을 걸어갈지 보여준 중요한 이정표였습니다. 경량 모델임에도 성능을 우선으로 설계했던 구조, 항공기 제작 기술에서 이어진 강성과 안정성, 그리고 고회전 2행정 엔진의 특성은 이후 가와사키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기반이 되었습니다.
오늘날 가와사키가 전 세계적으로 “퍼포먼스 중심 브랜드”라는 평가를 받는 이유 역시, B8에서 시작된 기술적 방향성이 꾸준히 계승되었기 때문입니다. 작은 첫걸음처럼 보였던 이 모델은 결국 A1, H1 같은 명작으로 이어지는 계보의 출발점이 되었고, 지금의 가와사키 이미지를 만든 기초가 되었습니다.
클래식 바이크를 좋아하는 라이더들에게 B8이 특별한 의미를 가지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 입니다.
브랜드의 시작과 정체성을 가장 순수한 형태로 담고 있는 모델이기 때문입니다.